한국에서는 독일로 유학가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미국의 음대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 합니다.
다음 3주 동안 명문 학교에 대한 글을 쓰면서 특히 학생분들에게 중요한 조언을 하나 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대학 출신이든 연주자의 커리어는 오로지 그 사람의 실력에 달려 있습니다. 사회에서 생각하는 명문 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비교적 명문이 아닌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승진 할 수 없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활발한 활동을 하는 ‘성공한’ 연주자들의 공통점은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가 아니라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명문대가 좋은 학교인 이유는 보통 학교보다 더 많고 귀한 정보, 자료와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문대 학생이 그러한 이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반면 B급, C급 학교에서도 성실하게 연습하고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기회와 자료를 찾아내면서 열심히 하는 학생은 반드시 훌륭한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밑에는 북미에서 대표적인 학교 5개를 선정해 각 학교 뿐만 아니라 각 스튜디오, 도시, 생활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 외에도 물론 훌륭한 연주자들을 배출하는 음대/스튜디오는 당연히 많지요. 다만 이 5개 학교를 고른 이유는 최근 오디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연주자들을 토대로 만든 것이고 또 이 학교들을 졸업한 학생들이 현재 북미 다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파벳 순으로 제가 다루어 볼 학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콜번 예술학교, 음대 (Colburn School, Music) 커티스 음악원 (Curtis Institute of Music) 줄리아드 학교, 음대 (Juilliard School, Music) 노스웨스턴 대학교, 비넨 음대 (Northwestern University, Bienen School of Music) 라이스 대학교, 셰퍼드 음대 (Rice University, Shepherd School of Music)
콜번 음악원 교수진: 앤드류 배인 (Andrew Bain) –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수석주자. 호주 출신으로 독일에서 공부하시고 호주에서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활동하신 후 로스엔젤레스로 오게 된 분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철학이 투철하신 분입니다. 신빙성있는 음악적 해석을 위해서는 일단 필요한 테크닉의 요소를 세세히 분석하고 기본부터 테크닉을 쌓아가야 한다는 개념이죠.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을 제대로 즐기고 충실히 하면 취직이나 대회 같이 물질적인 상은 당연히 따라온다는 것이죠.
스튜디오 크기: 6명.
장학금: 모든 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습니다.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도 포함됩니다.
도시: 로스엔젤레스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이고 세계에서 교민 인구가 제일 큰 곳이라 상당히 재미있고 적응하기 쉬운 도시입니다. 생활비는 아주 비싸지만 학비와 기숙사비 걱정을 안하니까 공부하기 편한 곳이죠.
장점: 일단 돈 걱정이 훨씬 적어서 편안하게 학교를 다니고 연습에 집중할 수 있죠. 그리고 스튜디오도 작아서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무슨 곡을 연주하든 좋은 파트를 골고루 나누어서 연주하는 경험이 주어지죠. 학교 오케스트라 실력도 아주 훌륭하고요. 학교 시설도 최상급이고 심지어 전문 물리치료도 제공합니다. 위치도 LA필하모닉의 디즈니 홀 바로 옆에 있어서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좋은 연주를 쉽게 접할 수 있죠. 스튜디오의 정원이 작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지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학부를 마치고 석사나 연주자 과정을 찾는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곳입니다 – 수업 양은 적고 연습하거나 오디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단점: 실질적인 연습이나 레슨, 공연은 아주 훌륭하지만 특히 학부 과정은 다른 학교에 비해서 빈약한데요. 모든 것이 제공되는 학교에서 너무 안락한 대우를 받는 것에 익숙해진 탓에, 오히려 기본적인 소양이나 자기관리에 있어 부족함을 깨닫는 졸업생들도 있다고 합니다.
커티스 음악원 교수진: 제니퍼 몬톤 (Jennifer Montone), 제프리 랭 (Jeffrey Lange) – 두 분 각각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수석과 부수석 연주자이십니다. 몬톤 선생님이 보통 대부분의 학생들을 가르치시는데, 호른의 소리와 음악의 흐름에 집중을 하십니다. 호른의 여러 문제점을 항상 음악적 해석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식이죠. 아주 긍정적이며 너그러운 분이시고 그 에너지가 스튜디오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지요. 학생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십니다.
스튜디오 크기: 6명.
장학금: 콜번과 같이 모든 학생들이 전액장학금을 받습니다. 대신 기숙사비는 따로 내야하는데요. 학부의 경우 첫 2년은 학교 기숙사에 있어야 하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 더 맞는 아파트를 찾을수 있습니다.
도시: 필라델피아는 뉴욕, 시카고, LA에 비해서 확실히 물가가 싸죠. 큰 도시이지만 걸어 다니기에 편하고 역사도 깊어서 아주 아름답고 특히 음대 주변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뉴욕도 기차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접근성이 좋아 문화생활 하기에 편리한 위치입니다.
장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원이므로 모든 분야에서 최상급 음악가들을 만나기 쉽습니다. 호른 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의 마스터클래스도 초청된 선생님들은 모두 대가들이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세계 톱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분들이 오시죠. 특히 새로 지은 건물과 기숙사는 아주 잘 만들어져서 학교생활도 편하고요. 그리고 학교 자체가 작고 모든 학생들이 서로를 알아가기 쉬워서 솔로는 물론이고 특히 실내악에 견문을 넓히기에 적합합니다. LA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톱 5안에 드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몇 블록만 걸어가면 있으니까 좋은 음악을 들을 기회는 항상 있구요.
단점: 학교 자체가 정식 대학교가 아니고 특히 현악과 피아노과는 나이가 훨씬 어린 학생들이 많아서 개인별로는 신동이라도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은 다른 톱 음대에 비해서 실력이 뒤떨어집니다. 아이러니하게 학교가 아주 작아서 자칫하면 고립된 느낌이 들수도 있고 반대로 항상 모든 학생들과 근접한 환경에 있다 보니 특히 나이를 더 먹은 학생일 경우 답답함이 증가할 수도 있죠.
다음주에는 줄리아드와 노스웨스턴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그 다음 주에는 라이스와 그 외 우수한 다른 학교들도 간략하게 목록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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