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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팁 마흔셋째 주: 쉬어가는 편: 재미있는 이야기

원래 이번 주에도 지난 주에 이어 비디오를 올릴 예정이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제 때 비디오를 마무리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오늘은 좀 더 가벼운 토픽으로 호른 연주자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메시앙 (Messiaen) 가문에서 온 편지 - 로져 카자 (Roger Kaza), 현 세인트 루이스 심포니 수석


전 어렸을 때 부터 야외활동을 즐겼어요. 고향인 오레곤 주에서는 산과 바다 둘 다 접하기 쉬웠지만 전 특히 등산을 좋아했고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된 후에도 시간이 나면 미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등산 겸 캠핑을 많이 다녔죠.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3주에 걸쳐 그랜드 캐니언을 탐험한 여행이었어요. 팀 모리슨 (Tim Morrison)이라는 친구 (많은 영화, 티비쇼 음악을 녹음한 스튜디오 트럼펫 연주자 - 옮긴이)와 같이 갔었습니다.


70년대 중반 쯤이었는데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쯤 고향에 있는 오르간 연주자 친구가 올리비에 메시앙이 새로 쓴 곡이 있는데 중간에 아주 멋진 무반주 호른 솔로 악장이 있다고 얘기 해주더라고요.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악보를 구하려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악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제 대학시절 선생님께 부탁해서 간신히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날 악보를 받았어요 (이 곡은 몇몇 분들은 아실 메시앙의 “협곡에서 별들에게로” 에서 6번째 악장으로 나오는 “행성이 부르는 소리” 입니다. 아직 못 들어 보셨다면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옮긴이).


아무튼 3주 동안 아리조나주 부분의 캐니언을 등산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악보를 조금씩 연습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주에 펀글렌 협곡 (Fern Glen Canyon)이라는 곳에 도달했습니다. 양 옆으로 암반석이 직각으로 서 있어서 울림도 좋고 마치 콘서트홀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냥 떠나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가지고 온 카세트 테이프 녹음기를 꺼내고 메시앙 곡을 녹음했어요! 충분히 연습을 못해서 그렇게 완벽하진 못했지만 집에 돌아와서 어느 정도 사람들한테 들려 줄 정도로는 편집했습니다.


몇 년 후 어떤 파티에서 음악학 교수를 만나게 됐는데 메시앙 전기를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주소를 알아낼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편지를 써도 절대 답을 안 할거라고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어쨌든 그 교수를 통해서 메시앙 선생님의 주소를 받았고 간략한 소개와 함께 전에 그랜드 캐니언에서 녹음한 테이프를 보냈습니다.

한 달 후에 프랑스에서 아주 얇고 예쁜 편지가 왔어요. 메시앙 여사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였습니다! 내용은 물론 모두 불어로 씌여 있어서 금방 이해는 못했지만 우아한 필기체로 쓴 편지는 일단 보기에는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결국 친구의 도움으로 내용을 알게 됐는데요. 첫 문장은 고맙고 그랜드 캐니언까지 가서 메시앙 선생님의 곡을 연주해서 감동 받았다는 내용이였는데...


나머지는 제가 곡을 제대로 해석을 못한 부분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아주 긴 목록이였습니다! 음 하나하나 꼬집어서 집요하게 비평을 해주셨는데 당시 알아냈을 때는 허탈하면서 조금 화도 났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작곡가가 직접 코칭을 해준 기록이 남아 있다는게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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