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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팁 스물셋째 주: 알렉산더 103에 대하여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조금 더 가벼운 주제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지난 3주간은 중요하고 그만큼 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뤘는데요. 잊지 마시고 돌아가서 다시 읽고 동영상도 복습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이번 주에는 남미에서 아시아까지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악기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쓰는 악기인데 이 모델과 회사 자체에 대한 정보도 알아 놓는 게 중요하겠죠?

일단 알렉산더 회사 자체는 아주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782년에 프란츠 알렉산더가 독일 마인즈에 있는 악기 장인 길드에 들어가면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는데요 (아직도 본사는 마인즈에 있고요!). 처음에는 다양한 악기들을 만들다가 1862년 리하르트 바그너의 요청에 따라 바그너 튜바를 발명하는데 힘을 기울이면서 금관악기 제조업으로 전문화됐습니다. 알렉산더 103모델 역시 호른 역사상 중요한데, 이유는 지금도 거의 모든 호른이 제일 널리 만들어지는 F/Bb더블호른 모델을 1907년에 세계 최초 특허를 받았기 때문이죠. 긴 역사와 함께 독일-오스트리아의 전통적으로 강한 금관악기 연주법을 바탕으로 알렉산더 호른은 위상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3의 독특한 모양은 또 악기의 독특한 성향을 드러나게 해주는데요.


1. 일단 벨목 (보어)가 다른 악기들보다 급격하게 커지면서 여리게 불거나 중음량에서는 따뜻한 소리를 내다가 세게 불면 더 빨리 소리가 밝아지는 성향이 있죠. 이것은 사냥호른(Jagdhorn)의 특성을 잘 근대화시켜서 디자인을 만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또 대체적으로 103의 관은 다른 악기들 보다 더 좁게 감겨있어요. 예를 들어서 똑같은 알렉산더의 1103은 관이 더 넓게 감겨있고 관이 휘어지는 부분이 더 원형에 가깝죠. 그러므로 103은 악기의 무게가 엄지벨브 쪽에 많이 실리고 전체적으로 저항력이 강합니다.


3. Bb호른 쪽이 굉장히 좋습니다. 관의 두께, 지름, 길이를 어떻게 쟀든 103의 Bb호른은 소리도 잘 울리고 음정도 대체로 잘 잡혀있습니다. 거의 싱글Bb과 비슷할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큰 소리를 낼 수 있죠.


4. 소리 전달이 뛰어납니다. 큰 홀에서 여리게 불어도 뚜렷하게 톤이 멀리 나아가고 울림도 풍부하죠. 103모델이 널리 퍼진 이유는 이런 뛰어난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몇 단점도 있습니다.


1. 큰 회사이다 보니 장인 정신을 이어간다 해도 대량 생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부품들이 체코에서 만들어지고 마인즈에서 악기가 조립이 되는데 이는 각 악기마다 균일성을 떨어뜨립니다. 103이 10개 있으면 1개는 아주 뛰어나고 3개 정도는 프로급, 4개 정도는 무난하지만 뛰어나진 않고 나머지 2개는 별로 좋지 않다고 할 수 있죠. 미국에서 왜 103이 널리 쓰이지 않냐고 물을 때 연주자들이 우스갯 소리로 “제일 좋은 악기는 독일이 독점하고, 2등급 악기는 영국에, 제일 안 좋은 급은 미국으로 오기 때문이지”라고도 합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알렉산더의 균일성에 대한 비평이라고 할 수 있겠죠.


2. 저항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폐활량이 크고 소리 자체도 크게 부는 연주자에게는 잘 어울리지만 반대로 부는데 힘이 너무 들어가는 성향도 있죠. 개인마다 체구, 입모양, 연주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지만, 특히 좋지 않은 품질의 103인 경우 더더욱 불기 힘들다고 하는 연주자들도 있습니다.


3. 물론 재질도 향상되고 나름 악기 만드는 기술도 발달했지만 모델 자체는 지난 100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아 부족한 부분들이 있는데, 제일 큰 단점이 F호른 쪽입니다. F호른 쪽은 소리도 둔탁하고 음정도 균일하지 않은 103이 많은데요, 특히 저음으로 내려갈수록 저항력과 더해져서 불기 힘든 악기들이 많습니다.

알렉산더 103은 역사도 깊고 아주 독특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친근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균일성이 떨어져서 마인즈에 직접 가거나 좀 더 위상 높은 연주자에게 부탁해서 좋은 악기를 얻는 연주자/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103의 클래식 모양을 유지하되 다른 부분들을 개선하고 장인정신으로 돌아가려는 메이커들도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대표적으로 바보락이 애용하는 Duerk사 D3모델, Hans Hoyer K10, 그리고 Fehr사 호른들이 있습니다.

위 내용은 일반적으로 다른 악기들과 비교했을 때 드러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전에 말했듯이 결국 연주를 잘 하고 못 하고는 연주자에 달려있지 악기로만 연주자의 단점을 만회하지는 못하죠. 계속 열심히 연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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